3) 지도 내용
(1) 창부타령은 열린 형식의 노래 창부타령은 부르는 사람마다 다르게 부를 수 있는 노래이다. 다른 민요처럼 메기고 받는 식이 아니라 독창으로 부르는 노래이고 가사나 곡조나 가사 붙임새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명창의 창부타령을 들어보면 처음 도입부터 여러 가지로 시작한다. ‘아니 ~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디리리 ~ 띠리리’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또 ‘아하아 ~’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는 부분의 ‘얼씨구나 절씨구나 정말로 좋아’하는 부분이나 그 다음의 가사도 여러 가지로 부르고 있다. 초보자들이나 서양 음악 상식만 가진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게 보이는 것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이 창부타령의 참 모습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내용을 알고 그 중에서 자기가 선택하여 자기에게 맞는 가사와 가락을 자기 식으로 개발하여 부르면 되는 것이다. 교사의 입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여러 가지 창부타령 가운데 학생들에게 지도하기 좋은 것을 선택하여 교사가 정리한 다음 그 내용을 학생들에게 지도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무튼 가사의 길이도 각각이고 곡조도 일정하지 않아 지도하기 어려운 노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떻게 지도하든 창부타령 한 곡을 확실히 익히도록 지도하면 저절로 창부타령 식의 가락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그것이 금방 알 수 있는 교육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2) 가사에 따른 2분박과 3분박의 문제 일반인들이 창부타령을 배울 때에 제일 어려운 것이 3분박 구조인 굿거리장단에 2분박의 가사 붙임이 많다는 것이다. ‘창부타령’(A)의 경우를 보자 ‘꿈아-/---/무정한/ 꿈아-/’까지는 3분박이지만 ‘날-/과-/ 무슨/’은 2분박으로 되어 있고 ‘원수-/길래-/’는 또 3분박이다. 이처럼 3분박의 흐름에 2분박이 들어가므로 변화를 주고 재미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어렵게 느껴진다. ‘잠든 나를 깨우느냐’부분도 ‘잠-/ 든-/나를/ 깨우느/냐--/’로 되어서 2분박과 3분박으로 되어 있다. ‘지금쯤은 잠을 자느냐’는 전부 2분박으로 되어 있고 ‘앉았느냐 누웠느냐’와 ‘부르다 못해 지쳤구나’는 전반은 2분박으로 후반은 3분박으로 되어 있다. 2분박으로 변화를 주면서 멋있게 부르다가도 마치는 부분에서는 반드시 3분박으로 마치는 것은 본래의 리듬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2분박과 3분박을 잘 훈련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사를 리듬에 맞게 읽을 수 있도록 리듬 악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고 ‘더엉따 더엉따 더엉 더엉 덩-’과 같은 구음으로 3분박과 2분박을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도하는 방법은 교사들이 여러 가지로 모색하여 효율적인 방법을 학생들의 실정에 맞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2분박과 3분박을 지도할 수 있는 많은 지도 방법이 창출되기를 바란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3분박이 기본이고 2분박은 변화를 주는 요소라는 점이다. 때문에 3분박의 흐름을 기저에 깔고 있으면서 2분박으로 변화를 주는 연습을 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3) 솔(Sol)선법의 경기토리 경기민요의 선율적 특징은 ‘창부타령’과 같은 것이라는 뜻에서 창부타령토리=경기토리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창부타령’은 경기민요의 대표성을 가지는 민요인데 그렇게 되는 이유중의 하나가 솔선법의 선율 구조와 굿거리장단의 장단 구조 때문이다. 솔선법의 선율 구조란 창부타령의 선율이 솔 · 라 · 도 · 레 · 미의 5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솔로 시작해서 솔로 끝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데 이러한 선법은 경기민요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창부타령(A)에서는 ‘부르다 못해 지쳤구나’의 종지부분과 마지막의 ‘아니 놀진 못하리로다’의 종지부분이 ‘솔’로 마치지 않고 ‘도’로 마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화가 명창이 좀 멋있게 부르느라 그렇게 불러서 반종지와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완전 종지는 아니다. 솔 선법에서의 완전종지는 첫 부분의 ‘못 하리라’처럼 ‘솔’로 마치는 것이다.
(4) 굿거리장단 창부타령은 대표적인 굿거리장단의 노래이다. 노래의 가락이나 사설도 변화무쌍하여 재미있지만 굿거리장단의 흥겨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창부타령을 좋아한다. 특히 창부타령의 굿거리장단은 춤추기 좋은 장단이어서 환갑집 놀이마당에는 으례 창부타령의 노래와 함께 춤판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춤추기 좋은 창부타령의 굿거리장단은 [보기 43]과 같이 쳐도 좋고 [보기 44]와 같이 쳐도 좋다. [보기 43]의 장단은 실제 서울굿에서 치는 굿거리장단과 비슷한 장단이고 [보기 44]는 민요 반주로 많이 쓰는 장단이다. 특히 [보기 43]의 ‘덩-기덕 쿵덕쿵’을 잘 활용해서 치면 춤추기 좋은 굿거리장단이 된다. [보기 44]의 굿거리장단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장단인데 구음으로 ‘떠르르’라고 한 부분은 채편을 가볍게 몇 번 굴리라는 뜻이니까 그 점을 유의하면 되고 나머지 부분은 앞서 한번 설명한 내용을 참조하면 되겠다.
(5) 가창 창부타령의 악보는 세 가지를 채보하여 실어 놓았다. 사실은 더 많은 예를 채보하여 싣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너무 획일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하여 모범답안과 같은 표준악보를 제시해 달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는 개인의 창의성을 신장하고 다양한 새로운 종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예를 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우선은 세 가지의 창부타령을 악보로 제시하였다. 사용하는 사람들의 취향대로 어느 것을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 가지를 다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 두 가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 사용하든지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기를 권한다.
채보된 악보는 명창들의 노래를 거의 실음대로 채보하였다. 피아노나 오르간으로 악보를 치면서 학생들을 지도해도 좋다. 경기민요는 남도민요나 서도민요와는 달리 발성이나 목 쓰는 기교에 특별한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냥 악보의 음들을 연결하여 소리를 내면 실제의 노래와 비슷한 노래가 된다. 학생들의 맑고 자연스런 목소리로 이 가락을 부르면 저절로 경기민요의 시김새도 터득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처음에는 교사들께서 피아노나 오르간을 익숙하게 치면서 불러보고 어느 정도 숙달된 다음에는 그 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보라. 경기 명창에게 따로 창부타령을 배우지 않고도 얼마든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경기 명창에게 창부타령을 배워서 시범창을 하면서 장구로 지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럴 경우는 2분박과 3분박을 장구로 구분하여 치면서 지도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2분박으로 부르는 부분을 일정한 굿거리장단으로만 쳐주면 학생들이 혼동하여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 점만 잘 살려서 장구를 치면서 지도하면 더 유연한 선율 표현을 하도록 지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피아노나 오르간을 사용하여 음정을 정확하게 지도하는 것과 달리 장구를 이용하여 전체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전체의 형식을 빨리 익히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아 적극 권하는 바이다.
창부타령은 시작할 때 두 장단이나 세 장단으로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를 부르고 나서 본 노래로 들어간다. 또 마칠 때에도 두 장단에 의례적인 ‘얼씨구나 -’를 부르고 나서 마친다.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악보 C]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더 기본적인 정형이기 때문이다. 의례적으로 부르는 그 부분을 해결한 다음에 본 노래 부분은 어느 것으로 가르쳐도 무방하다. ‘꿈아 무정한 꿈아 -’는 가사가 사랑 타령이어서 학생들에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른다. 그럴 경우는 [악보 B]의 ‘백구야 날지를 마라 -’를 가르치면 된다. 어느 것을 가르치든지 난이도는 비슷하다.
가창 지도를 할 때에 발성은 말하는 것과 같은 자연 발성으로 노래하도록 해야 한다. 합창단들이 하는 두성발성으로 지도해서는 안된다. 두성발성으로는 이러한 가락이 잘 되지도 않지만 가사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또 목을 써서 다양한 표현을 해야 하는 기교도 터득할 수 없게 된다. 자연 발성으로 말하는 것처럼 가사 발음을 곡조에 맞게 표현하다 보면 기교나 시김새는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지도하지 않아도 많은 부분이 노래 자체를 불러보는 활동을 통해서 해결되고 훈련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먼저 교사가 모든 것을 알고 지도하지 못할 경우라 하더라도 악보대로 가사와 곡조를 철저히 하다 보면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많은 것을 알게 되고 터득하게 되니까 실제로 해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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